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을 빛낸 의인 7명과 해돋이 산행을 시작하며 경자년 첫 일정을 시작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을 빛낸 의인 7명과 해돋이 산행을 시작하며 경자년 첫 일정을 시작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아침, ‘2019년을 빛낸 의인’들과 해돋이 산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경자년 첫 일정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경자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6시부터 9시5분까지 아차산에서 산행을 하며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등반한 국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2020년 첫 일정을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행을 하며 시민들께 새해 인사한 뒤, “함께 새해를 맞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앞장서서 노력하고, 또 국민들께서 함께해 주신다면 작년보다는 훨씬 더 희망찬, 한 해를 계속해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시는 일 다 잘되시고, 또 여러분들 집안에 행복 가득하면서 다들 건강하시길 빌겠다”고 전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참석한 이들은 특히 새해 첫날 내리는 눈은 상서로운 눈, 서설(瑞雪)이라고 해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한 해의 시작을 열었다.

고 대변인은 "매해 신년 산행은 이웃에게 귀감이 되는 의인들과 함께 해왔는데 이번에도 이웃의 생명을 살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준 의인 7명과 함께해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고 평했다.

산행을 함께한 의인은 학교 화재 현장에서 학생을 구한 이주영 안동 강남초등학교 교사, 강원도 계곡에서 초등학생을 구한 신준상 서해5도 특별경비단 경사, 휴무 날에 교통사고 부상자를 구한 이단비 양산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소방사, 성폭행을 하려는 범인을 제압한 가수 에이톤 임지현, 자살을 시도하려던 사람을 구조한 박기천 씨, 신호 위반 차량 단속에 힘을 보탠 대학생 최세원 씨, 작년 설 근무 중에 순직한 윤한덕 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아들 윤형찬 씨를 포함해 모두 7명이다.

산행을 마친 후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의인 7명과 떡국을 나눴고, 참석자들은 산행에 대한 소감, 의인이 된 사연, 사회에 바라는 점 등 편안한 분위기의 대화를 이어갔다.

교사 이주영 씨는 “순식간에 연기가 차올랐고 저도 두려웠다. 하지만 창문에 매달려 있는 학생들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당시 화재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이주영 씨는 “한 명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한 명은 저도 연기를 많이 마셔 끌어올릴 힘이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붙잡고 있었고 다행히 소방관이 제때 와줘 학생도, 저도 무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기를 마셔 후유증은 없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다행히 저도, 그 학생도 후유증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신준상 경사가 계곡에 빠진 아이를 구한 일을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휴가 중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평소에도 업무의 연장이군요”라며 늘 국민 안전에 최선을 다해 줘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사람 구한 것도 대단한데 신분을 알리지 않고 있다가 신 경사의 모습을 TV에서 본 목격자가 칭찬해 달라는 글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 숨은 미담에 국민들이 한 번 더 감동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단비 소방사는 “대통령께서 2017년 소방공무원 증원을 실시하면서 일 년에 한 번 실시하던 채용이 그 해에는 두 번 있었다. 그 하반기 시험 때 제가 뽑혔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한 얼마 전 문 대통령의 ‘독도헬기 사고 영결식’ 참석을 언급하며 “현직 대통령의 참석은 처음이었다. 그 모습은 우리 동료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소방관은 일반 사람들과 반대로 뛰어드는 사람들이다. 불이 나면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지만 소방관들은 불 속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도 신경 썼으면 한다. 아무리 급해도 화재현장에 대한 파악을 먼저 해야 아까운 목숨을 잃지 않는다”며 소방관들의 안전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순직 소방관보다 트라우마로 인한 소방관의 자살 숫자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소방관들이 구조활동에서 겪는 일은 심리적으로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며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소방복합치유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울산 태풍 때 인력 부족으로 구급대원이 구조현장에 뛰어들면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고(故) 강기봉 소방사의 빈소에 갔던 일을 언급하며 “그 때 그 일이 제가 소방관 공약을 강조하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당시 소방관들의 인력 부족, 장비 부족, 처우개선 등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됐고, 문 대통령은 소방관 증원,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등 변화를 만들어냈다.

가수 임지현은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을 쫓아가 제압하는 과정 등을 설명하며 의경으로 복무하던 시절 어깨너머로 봤던 범인 제압술이 큰 도움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지현은 “사실 사고가 있던 날이 가수로 데뷔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의도치 않게 제 이름이 인터넷에 오르내렸고 덩달아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다”며 오히려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문화예술인으로서 갖는 애로사항이 없냐는 질문에 임지현은 데뷔 초창기의 경제적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문화예술계의 양극화 문제는 어려운 과제다. 소득이 일정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실직 시에는 실업급여를 받는 등 고용 안정망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예술인들은 쉽지 않다. 예술인 복지법으로 넓히긴 했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촬영 스태프들과 52시간 표준 근로계약을 맺은 점을 들며 앞으로 일반화될 수 있도록 더욱 촘촘한 제도 개선을 당부했다.

고 윤한덕 센터장의 아들 윤형찬 씨는 “군대에 있을 때 대통령께 감사의 편지를 보냈는데 지금은 전역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저와 동생, 어머니 셋이서 생활하는 것이 참 막막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해 가장 가슴 아픈 죽음이었다”며 “고 윤한덕 센터장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다행이다. 유공자 지정을 한다고 해서 유족들의 슬픔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국가로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생각한다”며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응급의료센터에 지원하는 의사, 간호사들의 부족으로 업무에 과부하가 생기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의사, 간호사들이 응급의료센터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여러 보완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