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소장, “해당 문건, NSC에서 작성돼” vs 황 대표, “보고받은 바 없다”

군인권센터 측이 공개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의 일부.(사진 =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 측이 공개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의 일부.(사진 = 군인권센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을 공개하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계엄령과 군사력 투입을 기획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21일 임태훈 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을 공개하며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정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사력을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은 지난해 7월 군인권센터 측이 공개한 바 있는 ‘전시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의 원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벌어졌던 촛불시위와 관련해 ‘계엄령 선포’와 ‘군대의 서울 점령’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문건의 자세한 내용을 보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 선고 이틀 전 ‘집회·시위 및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해 불법시위에 참석하거나 반정부 정치 활동을 하는 국회의원들을 구속하는 등 사법처리로 의원 정족수 미달을 유도할 계획이었다.

해당 문건에는 서울 내 군부대 투입에 대해서도 자세한 계획이 세워져 있다. 광화문 일대에는 1개 사단급과 2개 여단 수준의 병력이 투입되고, 용산역, 신촌, 대학로, 서울대, 국회에는 각각 1~2개 대대급 병력을 투입해 시위 자체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통제하게끔 계획됐다.

또한 서서울, 서울, 동서울 등 주요 톨게이트와 성산대교~성수대교 간 10개 한강 다리 등 주요 도로들을 군부대가 점령해 통제한다는 계획도 수립돼 있다.

특히 청와대,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국회, 정부청사, 법원·검찰 등 주요 관청에도 군대가 진입해 점령하는 시나리오도 계획돼 있다. 부대별 진입로도 아주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실질적으로 쿠데타 수준이다.

임태훈 소장은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장으로 있던 NSC를 중심으로 이 문건이 작성됐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황교안 대행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기존 문안에도 있지만 계엄 선포문이 있는데, 그 선포문의 맨 밑에 발표자가 대통령권한대행으로 돼 있다. 황교안 대행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말했다.

또한 임 소장은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황 대표가 검사 출신인데다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 강력한 권력을 지니고 있었던 황교안 대표에 대해 검찰이 ‘봐주기식’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황교안 대표가 대통령 대행 권한이었고, 검사출신에 법무부장관 이력까지 있어서 검찰에서 수사를 부담스러워 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 뒤 “이번 사건은 검찰보다는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계엄령의 ‘계’자도 못들었다”

이번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폭로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은 “계엄령 문건은 국민을 군대로 짓밟고 헌정질서를 뒤엎으려 한 사건”이라며 “검찰은 증거와 증인을 토대로 황교안 대표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창수 한국당 대변인은 “황교안 대표는 계엄령 논의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보고받은 바도 없다”며 “이미 황 대표가 수차례 언급한 대로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향후 임태훈 소장에 법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22일 황교안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계엄령 연루 의혹 질문을 받자 “계엄령의 ‘계’자도 못들었다. 나한테 보고된 것이 전혀 없었다”며 “NSC 참석할 일이 있으면 하지만, 계엄문건에 대해서는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황 대표는 “임 소장의 이야기는 거짓이다. 고소나 고발을 통해 사법 조치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수사결과가 엄중히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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